대한불교조계종 강화도 보문사

보문사소개


보문사 옛 이야기

대한불교조계종 강화도 보문사

1892년(갑오년) 동짓날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날 공양주 스님이 새벽에 일어나 팥죽을 쑤려고 부엌으로 갔습니다. 불을 피우려고 아궁이를 헤쳐보니, 불씨는 죽고 싸늘한 재만 남아 있자 공양주스님은 당황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짓날이라 팥죽을 쑤어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야 할 텐데 불씨가 꺼져버렸으니 낭패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공양주 스님은 장 등불을 켜 놓은 곳으로 가보았으나 장등마저도 꺼져있었습니다. 인등을 하는 곳에도 가보고 불이 있을 만한 곳은 다 가 봤으나 그날따라 공교롭게도 절 안에 불씨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공양주 스님은 하는 수 없이 방으로 들어와 부처님께 송구스런 마음으로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불씨을 얻으러 간다 하더라도 날이 밝아야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공양주 스님이 편히 있지도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부엌에서 탁탁 하며 무엇인가 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라 귀 기울이니 그것은 장작불 타는 소리였습니다.
후다닥 뛰어나가 보니 아궁이가 훤하고 불담좋게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었습니다. 공양주 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나한성중"하고 외치며 감격해 했습니다. 공양주 스님은 부지런히 팥죽을 쒀서 시간에 맞게 각 단에 공양을 올렸습니다. 아침공양을 마치고 날이 밝자 스님은 아랫마을(하고면 장봉리)에 사는 아는 노인의 집에 볼 일이 있어 들렀습니다. 노인은 스님을 보자 다짜고짜로 스님을 책망하였습니다. "스님네들이 남의 집 자식을 맡았으면 자비로운 마음으로 아끼고 가르쳐야지 이 춥고 어두운 새벽에 불씨를 얻어 오라고 그 어린아이를 보낸단 말이오?" 공양주 스님은 영문을 몰라 "노인 어른! 절에는 어린아이가 없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불씨를 얻어오게 한 일이 없습니다."
"스님들이 거짓말도 하시오? 불씨를 얻으러 온 아이가 하도 추워하길래, 팥죽 한 그릇을 주었더니 다 먹던데요. 절에 불씨가 꺼져서 부처님께 팥죽 공양을 못 올리게 되어 불씨를 얻으러 왔다고 했소. 절에 불씨가 안 꺼졌단 말입니까? 보문사가 또 있다는 말씀이오? 그 동자가 그러데요. 굴 법당에 계시는 나한님들이 저처럼 팥죽을 좋아하시니까 나한님들한테도 팥죽을 올린다고요. 그래도 아니란 말이오?" 노인은 공양주스님을 몹시 책망하였습니다.
공양주스님은 그제서야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노인에게 새벽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급히 절로 돌아와 석굴에 가 보았습니다. 여러 나한상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 중의 한 분의 입에 팥죽이 묻어 있었습니다. 입술에 팥죽을 묻혀 두신 것은 나한님들이 사람들의 신심을 돋구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지요.
마을사람들은 그 일이 있은 후로 동지만 되면 집집이 팥을 절로 가지고 와 팥죽을 쑤어 올리고 기도를 했답니다. 이 일이 관행이 되어 백 년이 다 되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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