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1.6, 5:31분)에도 경주 남남서쪽 11km 지역 규모 3.3 지진 발생이라는 긴급재난문자가 떴다. 이제는 긴장이 풀어져 이 정도의 지진에는 별 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지만, 지난해 9.12일 5.1 강도의 지진에 이어 한 시간쯤 후 5.8 지진이 연달아 이어졌을 땐 온 시민들이 엄청난 공포감에 떨었었다. 그 이후 몇 달이 지나도록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 연달아 일어나 웬만한 규모의 지진엔 다소 둔감해지긴 했지만, 이곳 경주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안한 날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거동이 느린 어르신과 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더욱 가슴을 졸이는 시간이다. 지진이 일어났던 첫날에는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한 시간 간격으로 연달아 일어났으므로 공포와 불안~, 놀란 나머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었다. 다들 ‘일단 경주를 벗어나야 해.’하는 생각들뿐이었다. 한밤중에 차에 시동을 걸고 시내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웬일, 아파트나 빌라촌 등이 밀집한 곳에서는 차가 골목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교통이 마비되어 버렸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과 차들이 엉켜 망연자실~ 불안함 속에 날이 밝고 소규모 여진은 계속되었다. 사람들은 짐을 쌌다. 물과 라면, 담요, 옷, 버너, 비상약 중요문서들을 준비해 차에 싣고 골목을 벗어난 넓은 도로 인근에 차를 비상 대기해 두기도 했다. ‘큰길까지는 걸어서 가야 해’ 라며·····.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워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아이를 데리고 공원을 배회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행정기관은 믿을 수 없다고 기대를 접고 나름대로 피난할 대책을 강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여진이 계속되면서 더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삶의 터전인 이 지역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가까운 바닷가 감포에 월성원전이 있기 때문이다.
큰 지진이 발생한 지 두 달 쯤 지나자 사람들은 지진의 불안감을 떨치고 다시 예전의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차에 실어 두었던 비상 물품들도 제자리로 돌아왔고 사람들은 나름대로 지진의 공포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 정말 야속할 만큼 뚝 끊겼던 관광객들도 다시 경주를 찾아오기 시작했고 잊을만하면 오늘처럼 긴급재난문자가 전송되어 와도 별 동요가 없기를 피차에 서로들 바랬으므로 지난 9월 지진 때 같은 혼란은 없이 잠잠해졌다.
영화 ‘판도라’가 상영되었다. ‘판도라’는 경주 시민들이 지진의 불안에 떨어야 했던 그 시간의 아픔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했다. 이 영화를 보며 우리는 애써 잠시 기억 속에 묻어두고 있는 불안한 순간들의 기억을 되뇌며, 지난 9월 큰 지진 당시의 공포가 떠올라 섬찟한 감동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 그랬어. 이거 우리 영화야.’ 영화 “판도라“는 바로 지진과 원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월성원전이 가까이 있는 경주지역에서는 충분히 실제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주와 인근 주민들에겐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고 실제 상황을 생중계하듯이 리얼하게 느껴지는 현실이었다.
다른 행정기관이나 지진 관련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대책이나 안내를 받지 못한 주민들이 영화 속에도 있었다. 원전 주변과 원전에 종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숨을 한낱 일하는 도구나, 로봇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듯한 결정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제때에 판단하지 못하는 위정자들과 관계자들, 무책임, 그러한 것들이 세월호를 불러왔고, 작금의 대통령 탄핵을 불러오게 된 원인이 된 것 아니겠는가.
지진은 경주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땅에 사는 우리는 한배를 탄 공동체 속에 있다. 긴급한 대형재난이 닥쳤을 때 함께 헤쳐 나갈 수밖에 없는 삶의 공동체인 것이다. 불교환경연대와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탈핵 운동을 펼치는 것도 우리는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는 부처님 명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유정무정이 인드라망의 한 살림 한 몸이므로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고 나의 기쁨이 우리 모두의 기쁨이 되는 유마거사의 정신을 공유 공감하는 사회가 되길 벽두에 기원해본다.
- 최경애(불교환경연대 전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