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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념적조(無念寂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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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문사 작성일2017.03.03 조회6,6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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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념적조(無念寂照)


1) 마음으로써 마음을 구하지 말라.



세속의 일상생활에서도 아주 흔히 쓰이는 불가(佛家)의 말 중에 '마음을 비운다'는 말이 있다. 무심(無心), 무념(無念),  불가에 인연을 맺고 소위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이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가장 많이 듣고 말하는 단어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워낙 흔하게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라 그런지, 그 말의 본래의 참뜻을 깊이 되새겨 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저 단순히 마음을 비운다는, 즉 잡다한 생각으로 꽉 차있는 마음을 깨끗이 청소해서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만든다는 의미로 쓰이곤 한다.

하지만 이는 본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한 마디로, 생각 있음의 반대 개념인 생각 없음을 떠올린다면 그 말의 참뜻을 전혀 가늠도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마음을 비우기는커녕 또 하나의 멍에를 뒤집어쓰는 일일 뿐이다.

참된 무심은, 무심이니 무념이니 하는 말도 붙을 여지가 없다. 생각이 있건 생각이 없건, 생각 그 자체를 날려버리는데 거기에 무슨 이름이 있고 의미가 있을 수 있겠는가? 모든 걸 다 잊고 잊었다는 생각도 잊은 상태. 이것은 목석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종전처럼 다 보고 다 듣고 다 하되, 그 가운데 전혀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 '나'라는 자기중심적 생각이 끼어들어 요리조리 조작을 일삼지 않는, 그것이 바로 무심의 참 뜻이다. 바로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다 비추어내는 맑은 거울과 같이, 담담히 그저 드러낼 수만 있으면(無念寂照) 비로소 청정한 자성불(自性佛)이 우뚝 드러나는 것이다.

이 말 끝에 또 그 '헐떡증'이 도져, 그와 같은 상태에 들기 위해 애쓴다면, 여전히 그 말뜻을 짐작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념의 고요히 비추는 힘>(無念寂照力), 즉 신령한 깨달음의 성품(靈覺性)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본래 구족하게 갖추어져 있는 것이어서, 새삼스레 유위(有爲)의 노력을 통해 새로 얻는 것이 아닌데, 미혹한 중생이 제 마음의 성품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 공부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마음 밖에서 따로 부처 지혜를 구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경전의 말씀에 다음과 같이 이르고 있으니 그 의미를 깊고 차분하게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다만 무심할 수 있으면 이 사람이야말로 마지막 도(究竟道)를 배우는 사람이니, 곧장 무심하지 않으면 (있는 마음을 없이하여 無心이 되는 게 아니라, 참 마음은 본래 스스로 앎이 없다) 억겁 동안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끝내 도를 이루지 못하리라.

이 마음(是非, 得失에 얽매인 지금 이대로의 마음)이 바로 본래 청정한 부처라, 그러므로 (마음이 있는) 축생과 불·보살(佛菩薩) 등이 모두가 한 몸인데, 다만 망상(妄想)의 분별로 말미암아서 갖가지의 업(業)과 보(報)를 지었을 뿐이다. 본래 부처 자리(衆生界가 그대로 無爲正位의 佛界이다)에는 한 물건도 없어서 휑하니 비고 고요하여 늘 편안하고 즐거울(法樂) 따름이니, 다만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가운데서 (본래 움직임이 없는) 참 마음을 깨달아 알아서 잘 보존할 뿐이다.

참 마음은 견문각지에 속하지도 않고, 견문각지를 여의지도 않았다. 다만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가운데 알음알이를 일으키지 말며,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마음을 여의고 참 마음을 찾지도 말라. 다만 (見聞覺知에) 즉하지도 말고 여의지도 말며(不卽不離), 머물지도 말고 내지도 않아야(不住不生) 할 따름이다.

장차 마음 위에서 따로이 한 법이라도 증득할 만하고, 취할 만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마침내 마음으로써 법을 찾는 것이니, 마음이 곧 법이요,(卽心卽佛) 법이 그대로 마음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는 마음으로써 마음을 구하지 말라. 천만 겁을 지나도 결코 얻지 못하리라. 바로 그 자리에서 당장 무심함만 같지 못하리니, 이것이 바로 본래법(本來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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